국내개인

4월 -충청(괴산)+경북(문경)-3

배디링 2018. 4. 21. 09:05




고모산성과 토끼비리

이 길, 아찔하다. 위에선 날카롭게 돌출된 바위가, 아래에선 급한 경사의 산세가 길을 압박한다. 간혹 도토리 몇 알이 후드득 떨어져 바닥까지 곤두박질 칠 때마다 길 초입에서 본 문구가 떠올랐다. '전 구간 낙석주의.'

문경시가 목재 데크를 설치해 걷기 좋게 꾸며놨대도 토끼비리는 만만치 않다. 조선시대 영남대로 중 험난하기로 손꼽힌 이 길은 벼랑의 석회암 바위를 인공적으로 절단해 아슬아슬하게 나아간다. 1000년 넘게 길손의 무게를 견뎌낸 석회암 바위는 눈에 띄게 반질반질하다. 그만큼 매끈해 자꾸만 몸을 숙여 무게중심을 낮추게 된다.

아찔함과 달리 귀여운 이름은 고려 시대에서 비롯됐다. 고려 태조 왕건이 견훤에 쫓길 때 일이다. 오정산과 영강이 퇴로를 막아 갈 길이 없었다. 그때 토끼 한 마리가 벼랑 따라 모습을 감췄다. 왕건은 그 토끼를 쫓아 퇴로를 찾았고, 후세는 이 길에 토끼비리란 이름을 붙였다.

토끼비리는 북쪽으로 문경새재나 하늘재로 나아간다. 이 길은 문경에서 경기·충청으로 향한 유일한 통로였다. 해서 하늘재를 개척한 신라는 북진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이자 타국의 남진을 막는 방어 요새로 고모산성을 축조했다. 오랜 세월 버려졌다가 최근 문경시가 일부를 복원한 고모산성은 현재와 과거가 뒤죽박죽 엉킨 모습이다.

진남루를 들어서면 고모산성 남문을 향해 시원스레 뻗은 성벽이 기다린다. 돌을 차곡차곡 쌓아 빈틈없이 이어지는 성벽의 곡선은, 유려하되 방어 요새라는 본래 목적의 긴장감이 팽팽하다. 성벽 끝에서 만나는 남문에선 양쪽으로 또 다른 성벽이 과거의 성터를 감싼다. 그 위에 서면 왜 여기에 산성을 축조했는지를 실감한다. 높지 않음에도 문경의 사방을 조망한다. 북으로 문경새재와 하늘재를 낀 주흘산이 또렷하고 남으론 산맥과 조령천이 굽이친다. 경북 팔경 중 하나인 진남교반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곳도 여기다.

문경이 복원한 데는 여기까지이나 서문 방향으로 돌아 성벽 따라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서문을 지나면 이내 버려진 길이다. 길이라기보다 길의 흔적처럼 보인다. 넝쿨나무가 바닥을 뒤덮었고 이제 막 뿌리 내린 도토리나무가 지천이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시간을 감당 못해 성벽은 여기저기 무너졌고, 13만1200㎡ 규모의 성 안은 병사 대신 밀림을 품었다. 넝쿨나무와 낙엽수, 야생화가 한데 얽힌 밀림은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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