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여행자료

절강 신선거, 설두산

배디링 2020. 3. 5. 12:20


신선거지도



중국 절강성의 신선거, 설두산 여행

Posted by user24000
2019. 9. 8. 02:29 여행

좀 걷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트래킹 초심자에게는 과분하지만, 중국의 산이 궁금해 절강성으로 향했다. 과연 중국이었다. 가볍게 걸어보자는 시작과 달리 규모가 상상 이상이었다. 돌아오는 날엔 한 걸음을 내딛는 것조차 버거웠다. 이틀을 꼬박 산에서 보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래도 두 눈을 가득 채우던 절경을 떠올릴 때면 통증 따위는 어느새 사라졌다.

절강성은 상해 홍차오 공항에서 차로 3시간 떨어진 곳에 있다. 3시간이면 서울에서 대전까지 내려갈 수 있는 시간인데도, 중국에선 옆 동네 가는 정도라는 게 가이드의 말이다. 절강성의 명소들은 여행객에게 그다지 주목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숲이 좋아 중국의 명산을 찾는 이들 사이에서 절강성은 꽤 잘 알려진 곳이다.

 

상해에 없는 높은 산이 유난히 많은 이유에서다. 화려한 도시를 둘러보고 숲을 걷고 싶은 사람에겐 상해와 절강성을 함께 여행하는 것만 한 게 없다. 2008년에는 상해와 절강성 영파시를 연결하는 항주만 대교가 세워졌고, 덕분에 이동 시간이 다섯시간에서 세시간으로 줄어 여행길이 더욱 수월해졌다.

 

한국인 등산객을 실은 대형 버스는 오후 늦게 홍차오 공항을 출발했다. 상해를 떠나면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고요하고 차분한 풍경이 이어진다. 영파에 도착했을 때 이미 해는 졌다. 아쉽지만 영파의 호텔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태주시 신선거에서부터 절강성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절강성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는 신선거다. 과거에는 영안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북송의 진종황제가 다녀간 이후 그는 이곳이 마치 신선이 사는 장소 같다 하여 신선거라는 이름을 하사했다. 신선거는 이제 막 중국 명산 여행 여행에 눈을 뜬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이다. 남쪽은 태항산처럼 웅장하고 북쪽은 장가계처럼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1억만 년 전 지각변동으로 생긴 봉우리들이 해발 700~800미터에 걸쳐 있기에 산책하듯 걸어 장엄한 풍광을 가슴에 담을 수 있는 것이다.

 

겨울철에도 따뜻한 기온과 황사 없는 맑은 공기 덕분에 오래간만에 온몸이 개운하다. 가을날처럼 선선한 바람이 마중 나온 날씨. 산행의 묘미를 만끽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다. 영파에서 출발한 차는 홍차오 공항에서 온 만큼을 다시 내달렸다. 북문 주차장 입구, 기념품 가게를 지나면 산행의 시작을 알리는 호젓한 삼나무 숲길이 펼쳐진다.

 

손바닥 안에 들어오던 작은 봉우리들은 어느새 두 손으로 가려도 넘칠 만큼 가까이 다가왔다. “신선거는 암봉으로 이뤄진 곳입니다. 이들에는 저마다 특별한 이름이 있어요. 서쪽 방향으로 하늘을 여는 봉우리는 서천문, 장군의 옆얼굴을 띈 바위는 장군암, 잠자는 미인의 모습과 비슷한 봉우리는 미인 바위라 부르는 것처럼요.” 누가 이름을 붙였는지 모양새와 이름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숲길과 폭포가 반복되는 평평한 산책로 끝, 길은 좌우로 갈라진다. 이 갈림길에서 등산객은 해발 1,200미터의 신선거를 도보로 오르는 것과 케이블카를 타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어느 쪽을 택하든 신선거의 아름다운 길을 걸을 수 있으니 오직 등산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면 케이블카 코스가 낫다. 더 오랜 시간 경치를 즐기고 북관대, 불조봉 등 신선거의 명소도 걸어볼 수 있다.

 

케이블카는 가파른 등산로와 몇 개의 봉우리를 지나 북문 케이블카 정류장에 멈춘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곧장 북관대가 나오고, 왼쪽으로는 트래킹 코스가 시작된다. 북관대 전망대에 서면 이름처럼 신선거 북쪽을 조망할 수 있다. 수많은 기암절벽이 주변을 병풍처럼 둘러싼 풍경을 감상하는 동안 발걸음은 자연스레 하관대로 향한다.

 

험준한 벼랑에 인위적으로 길을 놓은 잔도가 이어진다. 매일 수백 명이 오가는 안전한 길이지만, 공중에 떠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다리가 후들거린다. 서쪽에서 노을을 볼 수 있는 하관대, 부처의 옆얼굴을 닮은 불조봉 앞에 도착할 때까지 웅장한 경관이 주는 감동과 아찔함이 반복된다.

 

케이블카 정류장 앞에서 본격적인 산행에 나섰다. 길은 나무데크와 잔도로 나 있다. 표지판만 잘 따라가면 산책 수준의 평탄한 길이 이어지니 그리 힘들지도 않다. 이에 비해 중간중간 모습을 드러내는 등산로는 경사가 무척이나 심하다. 산 좀 타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도전하고 싶은 길이다. 과거 신선거의 길은 이러한 비포장도로가 많았으나, 현재는 누구나 걷기 좋은 길이 대부분이다.

 

불해범음 구간에 들어서면 거판애~소요협~동승대~낙수대~북해관까지 이어지는 1킬로미터의 숲길이 등장한다. 다음으로는 연우정, 중관대, 청도각 등 걷기와 쉬기를 번갈아 할 수 있는 1.5킬로미터 길이의 천벽정취 구간이 기다린다. 모든 길이 아름답지만, 역시나 신선거의 하이라이트는 남천교다. 120미터 길이 출렁다리 위를 걷는 것은 잔도보다 한층 더 스릴 넘친다. 남천교와 신선거 남쪽을 조망하는 남관대에 서면 홀로 우뚝 솟은 관음봉이 눈에 들어온다. 이어지는 천서과두 길에서도 관음봉과 주변 봉우리의 기묘한 자태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신선거 여행은 남문과 북문 두 곳에서 출발할 수 있다. 남문 쪽 풍경이 더 극적인지라 남문에서 시작하면 산행이 심심하게 느껴질 법하다. 반면 북문에서 남문으로 가는 길은 서서히 더욱 장엄한 광경이 이어지다 마지막에 남천교와 관음봉으로 정점을 찍는다. 해가 지기 전에 남문 케이블카 정류장에서 내려가는 케이블카를 탔다. 케이블카 도착 지점에는 내리막길이 있다. 걷는 동안 등산로 옆으로 힘차게 흐르는 신용 폭포, 주작 폭포, 취선 폭포에도 시선이 닿는다. 그렇게 천천히 내려가기를 30분. 어느덧 등장한 남문 매표소가 산책의 끝을 알린다.

 

신선거는 아직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찾는 이가 적다 해서 덜 아름답다는 것은 아니다. 환상적인 풍광은 예부터 있던 터라 중국 역사에 여러 번 등장했다. 당나라 시인 이백두, 청나라 건륭제 등이 다녀갔는데, 특히 건륭제는 운무가 낀 산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을 신선거라 했다고 전해진다. 이곳의 풍경은 산과 물이 어우러진, 말 그대로 선경이었다. 오랜 시간 바위가 제 살을 깎으며 만들어 낸 경치는 가까이 갈수록 보는 이를 압도한다. 과연 진종황제가 이름 붙였던 것처럼 신선이 되어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은, 절강성의 비경이다.

 

절강성에는 자연이 만들어낸 절경이 또 있다. 영파시 시코우진에 있는 설두산이 그 주인공이다. 중국 근대 문화의 유산과 아름다운 풍경이 산과 그 주변에 모여 있어 절강성의 대표적인 국립공원으로 꼽힌다. 설두산의 명성과 별개로 시코우 역시 타이완 국부 장개석의 고향이자 그의 아들 장경국이 태어난 곳으로도 유명하다.

 

설두산은 물과 숲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전체를 멀리서 보면 산수화 그 자체다. “북송 시대 인종은 꿈에서 본 아름다운 산을 잊지 못해 전국의 화공을 불러 이를 그리게 했어요. 결국 자신의 꿈속에서 본 산과 똑같은 곳을 찾아냈는데, 그곳이 바로 설두산이었습니다.” 또한 이곳은 구화산, 오대산, 보타산, 아미산과 더불어 중국 불교 5대 명산에 속한다. 산자락에 있는 설두사는 진나라 시절에 세워지고 당나라 때부터 송나라 때까지 전성기를 맞이한 천년 고찰이다. 수 차례 복원으로 옛것이 간직한 멋은 다소 덜하지만, 50미터 크기의 미륵 대불이 있어 불자들에게는 미륵 성지 중 하나로 여겨진다.

 

설두산의 트래킹 길은 독특하다. 아래에서 위로 가는 일반적 산행과 달리, 버스와 케이블카를 이용해 위쪽에 도착한 후 아래로 내려가는 코스로 걸어볼 수 있다. 산행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폭포들이다. 그 이유는 설두산의 이름에서 찾을 수 있다. “산 정상 유봉에서 하부까지 백색의 폭포수가 흐릅니다. 옛사람들은 이것을 눈이 흘러나오는 구멍이라 하여 설두라고 불렀어요. 눈이 한번 올까 말까 한 이곳에 설두산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죠.“

 

입구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20분간 이동하면 삼은담에 도착한다. 삼은담이란 상은담, 중은담, 하은담의 세 가지 폭포와 연못을 가리킨다. 한자어에서 추측할 수 있듯 상, 중, 하 순서로 세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위에서 아래로 폭포수가 흐르며 자연스레 삼절 폭포가 형성된 것이다. 물길 끝자락에 있는 모노레일 열차는 관광객을 태우고 천장암 폭포로 향한다. 천장암 폭포는 설두산에서 가장 웅장한 폭포다. 산 정상에서 발원한 물이 험준한 암벽을 타고 흘러 깊은 연못으로 떨어지는데, 그 길이가 186미터에 달한다.

 

천장암 폭포 위에 자리한 묘고대는 삼은담~묘고대 코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적지다. 장개석은 설두산을 사랑했다. 큰 결단을 내릴 때면 그는 설두산의 산책로를 찾았다. 본래 이 자리에는 사찰이 있었지만, 풍수지리에 관심이 많던 장개석이 1927년에 개인 별장을 세웠다. 별장의 방 6개는 모두 하나로 연결된 구조다.

 

방마다 장개석이 이곳에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 국민당 정부 시절 그의 사직 문서, 손문의 위임장 등을 전시해두었다. 풍수지리의 덕을 본 걸까. 그는 세 번이나 국민당 정부에 의해 정치에서 물러나게 되지만, 마침내 타이완의 국부가 된다. 이 길을 함께 걸은 아들 장경국 또한 대를 이어 총통의 자리에 오른다.

 

케이블카를 타고 묘고대로 향하는 길, 힘차게 떨어지는 폭포 사이로 무지개가 뜬다. 지상의 것이라고 하기엔 비현실적인 풍광이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폭포수 때문에 눈이 부시다. 신비로운 광경들은 그대로 설두산 끝자락까지 이어진다. 그 사이로 곧게 뻗어 올린 나무들이며 뽀얀 호수들은 금방 산수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다. 그림 같은 풍경이란 말은 이런 장면 앞에서 쓰는 것일 테다. 그림과 다른 게 있다면 모든 것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 우거진 수풀 사이로 시원한 풀냄새가 몸을 감싸고, 정자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은 노래가 되어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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