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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남쪽으로... 19
5월 11일 - 여행 11일차
귀국 여정에 오르다.
오전에 일찍 출발하는 쿤밍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부지런을 떨었다.
허허벌판에 세워진 디창공항에 도착하니 시간여유가 꽤 있는 편이다. 공항은 단층으로 아주 소박하다.
면세점도 보딩 출입구옆에 아기자기하게 붙어 있는데다 주인이 연신 사라고, 할인해 준다고 호객을 한다.
디창공항.
공항 주차장엔 자가용 몇대만이 듬성듬성 주차되어 있다.
발권부스옆의 로비에 걸려 있는 대형걸개그림.
장족들의 즐거운 생활을 묘사한 걸개는 '샹그릴라'라 명명한 중국당국의 홍보의지가 역력히 보인다.
우리가 발권할 즈음 군용버스가 한 대 도착해서 군인들을 내려 놓더니 그 중 몇명은 입장객옆에 서있다.
한시간여의 비행을 마치고 오전 10시30분경 쿤밍공항에 도착하다.
두번째라서 그런가? 쿤밍이라는 도시가 친숙해 보이고 약간은 고향에 온듯한 편안함이 느껴진다.
쿤밍공항.
<꽃의 도시>라는 게 허명이 아니란 걸 보여 주듯이 온통 꽃가게다.
한시간쯤 휴식후에 상하이행 국내선을 탄다는 계획이 틀어져 버렸다.
우리가 타고갈 비행기가 고장이 났다는 것이다. 통상 이런 경우엔 한시간내로 대체비행기가 제공되는터라 느긋하게 마음먹고 있는데
분위기가 좀 이상하게 흘러 간다. 대체 비행기가 어려워서 고쳐서 간다는 게 아닌가!
게다가 정확한 출발시각은 알 수 없고 오늘중으로 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답변이다.
상하이에 도착해서 반나절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어제밤 한참을 토론해서 결정해 두었는데 허시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내일 아침에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서울행 비행기를 못탈수도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니 긴장이 된다.
한동안 우왕좌왕하던 승무원들은 곧 입장을 정하고 발표한다.
"일단 여기서 점심도시락을 배식하고 그 후 시내의 호텔로 옮겨주겠다. 연락이 가면 다시 공항으로 와서 대체 비행기를 타라"
공항식당의 쿠폰등을 주면 될터인데 식판과 밥, 국, 반찬통등을 각맞추어 놓더니 남여 승무원이 배식한다.
도시락은 의외로 맛이 좋았다. 한그릇 먹고는 밥과 반찬을 추가로 받아서 깨끗하게 비워 내었다.
식사후 우리가 탄 버스는 오후 1시30분쯤 호텔에 도착했다.
객실을 배정 받고 방으로 들어 가니 갑자기 시간이 너무 아까워진다.
동행에게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해서 쿤밍시내의 <민족문화관>을 다녀 오겠다고 하니 그동안에 공항에서 연락이 오면 어떻게 하냐고 말린다. 공항에서 연락이 온것은 오후 3시 30분이었다.
공항행 버스를 기다리는 호텔앞에서...
오후 다섯시가 넘어서야 상하이행 비행기가 날아 올랐다.
도착하고 저녁을 먹고 나면 밤시간이 고작인데 어디를 가보아야 할지 막막하다.
비행기 고장으로 인해 오늘의 반나절이 완전히 의미 없이 사라져 버렸다.
상하이로 가는 비행기안에서 바라본 운무.
오후 다섯시 쿤밍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저녁 8시에 상하이에 도착했다.
숙소에 짐을 보관후에 우리는 상하이 시내로 산책을 나가기로 한다. 특별한 목적지는 없다.
저녁도 먹고 상하이의 다운타운을 구경하려는 것이다. 한참을 헤맨끝에 결국 일식집에서 라멘과 카레라이스로 식사를 하다.
1930년대 근대상하이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건물과 조명, 그리고 빠르게 걸어가는 시민들...
우린 이방인이다...
상하이의 밤은 깊어 간다...
5월11일의 지출(개인 정산분)] 숙소-디창공항 택시비 10위안. 쿤밍대기호텔-공항 13위안. 상하이 저녁 30위안. 지출총계 53위안(7,950원) 지출누계 3399위안(509,850원).
5월 12일 - 여행 12일차,마지막 날
인천행 비행기를 타는 날 아침이다.
숙소의 창문으로 바라 본 가난한 상하이시민의 아침...
공항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하려니 꽤 비싸다.
몸은 좀 피곤하지만 올 때처럼 지하철과 고속 자기부상열차를 이용하기로 한다.
열차가 최고속도에 이른 순간.
시속 431킬로미터. 내가 타 본 육상 이동수단중 가장 빠른 것.
점심 무렵 인천공항에 도착하다.
여행, 끝나다...
* 여행 중 지출한 경비는 약 51만원. 여기에 항공권(인천-상하이 왕복 38만원. 상하이-쿤밍 19만원. 디창-쿤밍-상하이 25만원) 총계
82만원을 합하여 대략 140만원 정도 들었다. 총경비중 항공경비가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시간이 충분할 경우 대체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훨씬 경비를 절감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 여행에서 돌아 온 직후인 5월 14일 금연을 하다. 그리고 약 5개월째인 10월 13일 현재 계속 금연중이다. 담배를 피우는 모습들이
낯설고 '담배는 어떤 맛일까?'하는 생각조차 들기도 한다. 누구는 독하다고 했지만, 이것부터라도 철저하게 성공해보고 싶었다.
더 이상 <새로운 출발>은 없다고 믿는 고정관념을 산산이 부수어 내고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처음"을 향해 다시 나아 갈 힘을
스스로에게 주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 부은 금연! 다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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