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관련

[스크랩] 신입생 학부모에게 드리는 글

배디링 2011. 5. 20. 10:32

 

신입생 학부모에게 드리는 글

 

 

 

 

 

 

[강선보/고려대 사범대 학장]

과잉보호가 부모 의존형 인간으로 만들어
스스로 선택, 책임지는 민주시민 길러야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시련과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누군가가 나타나서 이 시련과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을까’하고 은근히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당면한 문제의 책임을 바깥에서 찾는다. 그러나 세상은 냉혹하다. 아무리 기다려도 백마 탄 기사가 홀연히 나타나서 나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사실 내 문제를 내가 해결하지 않으면 누가 해결할 것인가?

이미 수년 전 신문에, 대학생들의 수강신청까지도 엄마가 해 준다는 보도가 있었다. 게다가 부모가 갓 취업한 자녀의 직장까지 찾아가 상사에게 선처를 부탁하기도 한다는 기사도 있었다. 이쯤 되면 부모의 자식에 대한 과잉보호는 상당히 도를 지나치고 있다. 결국 성장과정에서부터 시작된 부모의 지나친 과잉보호는 자녀들을 부모의존형 인간으로 만들게 된다. 이렇게 성장한 아이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매사의 선택을 본인이 하지 않고 부모가 대신해 주었기 때문에, 선택에 대한 책임도 당연히 제3자인 부모에게 떠넘기게 되는 책임회피형 인간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인간은 스스로 문제를 일으키며 사는 존재(problem-maker)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러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problem-solver)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즉, 우리는 매일같이 문제투성이의 삶을 살고 있지만 동시에 스스로 자정능력도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 주어지는 여러 가지 고난과 시련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러한 것들은 인생의 역정에서 당연히 주어지는 실존적 상황들이므로 당당히 그것들을 직면하고 극복해 나가야 한다.

비탈에 선 나무는 비바람에 넘어지지 않으려고 뿌리를 깊게 내리지만, 평지의 옥토에 선 나무는 뿌리를 깊게 내리지 않는다. 하지만 비바람이 몰아치면, 뿌리를 깊게 내린 나무는 비바람을 견뎌내지만, 뿌리를 깊게 내리지 않은 나무는 쉽게 넘어진다. 이처럼 우리의 삶의 노정 속에서 부닥치게 되는 수많은 시련과 역경은 우리로 하여금 삶의 뿌리를 더욱 깊게 내리게 하는 좋은 도전들인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도전에 응전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자는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인 것이다. 때로는 시련과 역경에 넘어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러한 경우에도 좌절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넘어져 본 자만이 일어설 수 있는 방법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실존주의적인 삶에서는 무엇보다도 문제 상황에의 직면, 자유로운 선택과 책임을 중요시한다. 그러므로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자녀가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제3자인 부모가 모든 것을 선택하고 해결해 줄 것이 아니라, 자녀 스스로가 자유로운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따른 철저한 책임을 지게끔 하여야 한다. 요컨대 자녀들로 하여금 ‘나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해결사는 바로 나 자신’임을 항상 자각하게끔 도와주어야 한다. 특히 모든 문제를 남의 탓으로만 돌리려고 하는 요즘 세상에 있어서는 더더구나 말이다. 동양의 논어에서도 ‘君子는 求諸己요, 小人은 求諸人이라’(군자는 자기에게 책임을 찾고, 소인은 남에게서 찾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문제 상황에 맞서서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내고 그 결과에 철저하게 책임을 지는 자세는 오늘날의 민주사회에서 민주시민이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신입생들을 둔 학부모들께서는 이제부터라도 자녀를 강하게 키워야 한다. 자녀에 대한 족쇄를 풀고 자유를 부여하되, 스스로 선택하게 하고, 그 선택의 결과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책임지는 민주시민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마침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중에서 귀감이 될 만한 글이 있어서 맺음말로 대신하고자 한다.

“당신의 자녀들은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 그들은 생명 자체의 갈망이 낳은 아들과 딸입니다 / 그들은 그대를 거쳐 태어났을 뿐 / 그대로부터 온 것이 아닙니다 / 당신이 자녀들에게 사랑을 줄 수는 있지만 / 생각을 줄 수는 없습니다 / 그들 스스로의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중략)… 당신이 자녀들처럼 되려고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 자녀들을 당신처럼 만들려고 하지는 마십시오 / 삶이란 뒷걸음쳐 가는 법이 없으며 / 이제에 머물러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교닷컴 2011.2.28>
출처 : 희망교육사랑
글쓴이 : 반달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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