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관련

[스크랩]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한 몇 가지 생각

배디링 2009. 7. 6. 20:19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한 몇 가지 생각










모두가 생각하는 이상형의 학교는 어떤 모양일까?

교육공학적 매체가 완벽하게 구비된 그런 학교가 이상적인 학교일까, 아니면 OECD 평균 수준으로 학급당 인원을 23명 내외로 한 학교가 과연 이상형의 학교일까? 그런 것도 아니라면 페스탈로치의 정신을 이어받아 실천적 교육을 추구한 프로뵐의 자연주의적 교육이 구현되고 있는 학교가 모두가 소망하는 이상형의 학교일까? 아마, 우리 교육의 현실에 대해 고민하고 애정을 가져봤던 사람이라면 이와 같은 생각을 한번쯤은 해 봤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교육의 현실 속에서 추구하는 이상형의 학교가 반드시 학교시설 환경이나 교수학습 환경의 선진화를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지 않다는 데서부터 갈등은 시작된다. 이것은 우리 교육의 불투명한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렇듯 불투명하고 암담한 우리 교육의 현실 속에 최근 자주 인용되고 있는 말이 교육 양극화 해소이다. 교육 소외계층이란 말과 함께 요즘 부쩍 빈도 높게 사용되는 이 용어가 낯설지 않게 들려오고 있음을 우리 모두는 경계해야 한다. 더욱이 절반 가까운 우리 도내 중·고등학교가 이 두 용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규모 학교라는 점에서 신경이 매우 날카로워진다.

소규모 학교. 소규모라고 정의할 수 있는 준거를 어떻게 삼을까 하는 것이 먼저 현실로 다가온다. 살펴보면 우리도내 115개 고등학교 중 특수목적 고등학교인 과학고와 체육고, 예술고를 제외하고도 40여 학교가 이른바 소규모 학교이다. 이것은 우리도의 실정으로 볼 때 어떤 규모의 학급을 대규모로 보며 소규모는 어느 정도의 규모를 기준삼아야 하는가, 라는 점에서 갈등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철원 김화고등학교와 같은 9학급 규모의 고등학교는 학생수가 3백 명이다. 천 명이 넘는 학교를 기준할 때는 분명 소규모 학교이지만, 1백 명 미만의 학생 수를 가진 다른 학교에 비하면 소규모라고 말하긴 어렵다. 어찌됐건 우리 도내 소규모라 일컫는 학교를 분석하면 아주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하나가 42개 학교 중 92%가 농산어촌에 소재한 학교라는 점이고, 그 모든 학교가 예외 없이 병설학교라는 점에서 놀라게 된다. 이것은 곧 농산어촌 정주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무관하지 않은 사회적 현상이며, 특별히 탈脫 농어촌 상황의 사회 환경적 결과이기 때문에 허탈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이러한 현상은 참여정부에 들어서 더욱 두드러져 중도 탈락생까지 포함하면 농산어촌의 학생수 감소는 가히 기하급수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학생수 감소는 곧 학급감소로 이어지고, 학급감소는 부득이 교원의 정원 감원으로 이어져 상치교과의 자연발생을 가져오게 한다. 그 결과, 수업에 흥미를 잃은 학생들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따라서 학력은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는 게 우리 교육의 현주소다. 그래서 얼마 전 모 중앙 일간지에서는 빈곤한 학교재정과 교육환경에 대한 특집기사를 기획물로 연재해 큰 반향을 일으킨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 기획물의 취재 대상학교 대부분이 농산어촌의 소규모 학교들이다. 이는 도시학교들의 학교재정과 교육환경이 농산어촌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의미로 교육 양극화 현상을 절실하게 보여주는 실례였다.


교육학자 윤정일 교수는 교육복지에 관한 정의를 이렇게 내린 적이 있다.

‘교육복지란 교육적으로 소외되었거나 결손집단에 대하여 교육기회를 확충함과 동시에 예방, 치료, 보상 활동을 통하여 교육의 질적 평등을 보장하고, 정상적인 학생집단에 대해서는 잠재능력을 최대한도로 계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전인교육이 가능하도록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것을 말하며, 더 나아가 모든 국민의 교육적 요구에 부응하여 평생교육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모든 개인이 교육적 욕구를 충족하고 자아를 실현하게 하며 사회전체가 학습하는 사회로 발전하는 과정과 결과를 말한다. 함축하자면, 교육복지는 충분한 교육기회의 제공과 교육여건의 개선 등 교육기능의 극대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규모학교의 교육현실은 어떠한가. 충분히 교육기회를 제공받고 있으며 교육여건이 개선되고 교육기능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가?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교육양극화 해소와 교육 소외계층의 박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육인적자원부의 획기적인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우수 농산어촌고등학교 특별지원이라는 명분으로 연간 수백억 원씩 쏟아 붓고 있지만 여전히 소규모 학교와는 거리가 먼 일이며 이러한 양극화 해소 프로젝트 역시 또 다른 양극화를 가져오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 교육의 현실이 교육재정의 궁핍함만 탓하고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기엔 역설적이지만 너무나 역동적이다. 그 역동성의 에너지는 우리네 농산어촌 학부모들의 지칠 줄 모르는 교육열이다. 소 팔아서 자식 대학 보내던 과거 시골 촌부들의 그 넘치는 교육력의 원천이 오늘날 우리 농산어촌 학부모들에게 여전히 대물림되어 그나마 소규모 학교를 지탱하는 간접자본으로 투자되고 있다. 그 투자가 비록 작은 규모일지라도 소규모학교의 교육력에 큰 보탬으로 작용하고 있고, 그 작용이 어떤 모양으로든 한국의 교육 토양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점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바로 이러한 교육력의 원천을 단위학교의 경영자가 교육활동에 어떻게 접목시켜 활용하느냐는 것이 좋은 학교 만들기의 지름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생相生의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다. 기력을 잃어가는 소규모 학교를 활력 넘치고 신바람 나는 학교로 탈바꿈하기 위해 상생의 교육을 실천해야 하는데 이것이 이른바 교육 공동체의 역할수행이고 학교 교육력 제고의 모범답안이기도 하다.

이런 교육 공동체의 역할을 어떻게 펼쳐나가야 학교 경영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며 소규모 학교의 교육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많은 해답이 있다. 우선 시중에 나와 있는 다종다양한 학교경영 지침서가 그것이고, 국내외 저명한 학자들의 이론을 통한 학문적 모색도 해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오늘 필자가 근무하는 김화고등학교의 좋은 학교 만들기 운영사례를 소개함으로써 현장감을 느끼며 함께 생각을 나눠 보려고 한다.



사례事例 1. 불화와 반목의 관계를 친화와 우정의 관계로


2005년 3월 초 부임한 후 소위 교장파와 교감파, 그리고 중도파식으로 골 깊은 분할구조를 띠고 있던 교직원 조직을 정비하여 6개월여 만에 서로의 앙금과 갈등을 해소시키고, 학교 경영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전임 교장을 탄핵했던 학부모 대표들과 반목관계를 친화와 우정의 인간관계로 발전시킨 사례이다.

먼저 냉담하게 학교에 등 돌리고 있던 학부모 대표들과 친화력을 갖고 정례 모임을 정착시켜 나갔으며, 무분별한 여러 채널의 대화 창구를 단일화하여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였다. 또한 짧은 학교 역사 때문에 동창회가 조직되어 있지 못해 늘 재정적 지원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으나, 학부모 대표들과의 관계 회복 후 적은 액수이지만 지속적인 지원을 받아 학부모와 함께하는 상생의 교육을 실현하였다. 따라서 교내의 환경개선 차원에서 조경기반 조성, 교내 진입로 가로등 설치, 교훈석 설치, 각종 행사 시 간식지원, 방범순찰차량으로 야간 자율학생 귀가 지원 등 작고 큰일마다 적극적이고 자발적 동참을 이끌어내 상생의 교육을 실현하였다.



사례事例 2. 섬김의 자세로 활기 넘치는 교풍을 조성하며


병설학교인 김화고등학교는 7학급 규모의 여자중학교와 9학급 규모의 일반계 남·여 공학인 고등학교이다. 중학생 2백 명과 고등학생 3백 명의 학생들이 제일 기다리는 시간은 다른 학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점심시간이다. 학교장은 학생들의 얼굴을 익히고 친화력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이 시간에 두었고 그것을 실천했다. 발상은 의외로 간단했다. 급식소 배식대에서 학교장이 학생들에게 매일 김치 한 젓가락씩을 배식하는 일이었다. 예상치 못하게 이 일이 학생들에게 큰 반향과 작은 감동을 일으킨 사례이다.

이 사례는 조금 비약하자면 제자를 섬기는 자세를 실천한 경우이다. 급식소에서 반찬 한 가지씩을 배식해 주는 일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교장선생님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라고 고백하게 되었다. 학교장은 이 작은 사건으로 학생 이름과 얼굴을 익힐 수 있었고 학생들과 친밀도를 높여 권위적인 교장이 아닌 자상한 이웃 아저씨 같은 분위기를 조성, 가정적 교풍을 확산시켰다.



사례事例 3. 지역사회 협력을 통한 교육력 향상 도모


자치단체 행정구도로 전국적으로 드물게 4개 읍사무소와 2개 면사무소를 둔 철원군은 우리 도내 농산어촌 가운데 주민 소득이며 경제력이 비교적 높은 지역이다. 따라서 비슷한 규모의 자치단체보다 교육에 대한 투자가 적극적이어서 소규모 학교의 시설환경 개선이며 교육관련 재정지원에 인색하지 않게 후원하고 있는 지역이다. 바로 이런 지역적 특성을 십분 활용하여 교내의 각종 교육환경을 개선한 사례이다.

보병 제3사단 주둔지의 부대장을 만나고 자치단체장을 만나 학교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을 부탁하였다. 그 결과 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쓰러져 가던 국기게양대를 새로 설치하고 학생들의 실외 휴식공간에 벤치 설치, 교문 진입로 아스콘 포장, 교직원 주차장 도색공사, 쓰레기 분리 시설을 설치하여 교내 시설환경 및 교육환경 개선에 지역사회의 동참을 유도하였다.

또 KBS 도전 골든벨을 우리 도내 군 단위 소재 학교에서는 처음으로 2005년 10월에 유치하여 그해 12월 초 전국에 방영되므로 써 학생들에게 김화고 학생으로서 자긍심을 심어 주었고 지역사회로부터는 학교의 위상을 재평가 받는 계기가 되었다.



사례事例 4. 세상을 넓게 바라보는 안목을 키우며


학교장으로 부임 후 역점을 둔 사업 가운데 하나가 국제교류이다. 제2 외국어를 일본어로 하고 있어 1차적으로 일본의 대학과 교류를 시도하였고, 중국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에 중국과의 교류를 2차적으로 시도해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로 국제화 교육을 위한 의욕적인 행보를 한 사례이다.

2006년 6월 초 일본에 정통한 춘천 모대학 교수의 도움으로 큐수지방에 소재한 도쿠야마 대학을 방문해 교류협정을 체결하고 본교 학생들이 자매대학에 진학할 경우 4년간 전액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였다. 당시 일본어 교사와 학교장 그리고 학교운영위원장이 자비로 동행하여 교육에 대한 열정과 상생을 실천하였다.

같은 해 11월 하순 중국 안휘성 합비시 제11중학을 방문하여 상호 문화교류 체험과 양방 정례방문을 협약하고 왔다.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으며 자비로 중국까지 동행한 학교운영위원 여섯 분들도 크게 감동하여 지역사회에 김화고등학교 홍보 대사역을 확실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중국측 방문단 18명이 금년 4월말 내한하며, 우리측 18명이 10월 중순 중국을 방문하도록 되어 있다. 방문단 규모는 이면합의 형식으로 학생 8명, 교직원 7명, 학부모 3명으로 하였고 왕복항공료는 자부담 원칙이고 체제비 일체는 초청학교 부담이다. 본교는 4박 5일 일정 가운데 2박 일정의 학생 숙박은 학부모 신청을 받아 홈스테이를 하기로 했다.



사례事例 5. 다양한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며


변변한 문화 공간이 없는 학교 소재지에 문화체험을 하지 못한 학생들과 학부모 지역주민을 초청하여 학교 강당에서 교양강좌와 음악회를 개최해 지역문화를 선도하고 문화예술 체험기회를 마련한 사례이다.

학무모와 지역주민을 위한 교양강좌를 연 1회 개최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첫해에는 여류시인 이영춘 선생을 초청하여 문학과 삶을 주제로, 지난해에는 전 강원도 정무부지사 조관일 선생을 초청  ‘학부모의 역할과 올바른 자녀교육’에 대한 강연의 자리를 마련하였다.

또 ‘소리의 향연’이란 프로그램으로 평소 학교장과 친분 있는 도내 현역 음악가들을 학교로 초청하여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음악회를 지난 해 6월 개최했고, 지난 해 수능고사가 끝난 후에는 수능 응시생 위로를 겸한 지역주민과 학부모초청 음악회를 대규모로 무대에 올려 지역 문화예술의 선도자로서 역할과 지역사회 공동체 학교로서 책무성을 발휘하였다.



사례事例 6. 진학지도의 금자탑을 쌓아가며


도내 읍면단위 소재지 학교로는 유일하게 3년 연속 서울대에 합격생을 내는 쾌거를 이뤄 지역사회로부터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이끌어 낸 사례이다.

수시 및 정시로 서울대학교를 2004년부터 3년 연속하여 네 명을 진학시키고 졸업생 1백여 명 가운데 매년 수도권 대학에 30명 내외의 합격생을 배출했을 뿐만 아니라, 강원대학교 및 한림대학교에 매년 40여 명씩 합격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결과는 평소 높은 교육열을 보이고 있는 학부모들의 동참 의지와 순종적인 학생들의 학습태도 그리고 교사들의 헌신이 이루어낸 합작품이다. 면소재지 학교임에도 98% 가까운 야간자율학습 참여율과 95% 이상의 하계방학 중 방과 후 학교 참여율이 이와 같은 대입진학 결과를 가져왔으며, 교원 구성이 타 학교에 비해 비교적 우수하고 안정적인 점이 학생들에게 교육의 효과를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실천사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규모학교라는 현실에 안주하고 학교 최고 경영자가 소규모학교라는 현실을 핑계 삼아, 비전 없는 학교를 경영한다면 최대의 피해자는 학생들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낙후된 교육환경과 교육 소외 계층이라는 점도 서러운데 피해자가 된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이 불쌍한 존재가 되고 만다.


소규모 학교이건 대규모 학교이건 좋은 학교를 만드는데 무슨 정도正道가 있겠는가? 학생들을 자식처럼 사랑하는 자세로 학교장의 경영철학이 시작되면 학교 운영은 자연히 윤택해지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아이들에 대한 사랑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사랑이 식거나 아예 없으면 교육에 대한 열정은 사라지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불씨라도 사랑의 불씨를 죽이지 말고 지펴 나가야 한다.

하지만 그 불씨를 혼자 힘으로 지피기 힘들기 때문에 구성원과 지역사회와 학부모와 협력해야 하며 그렇게 했을 때 어떤 규모의 학교이건 좋은 학교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江原大 敎育硏究所 정기 학술세미나. 2006. 12)














출처 : ahachorus
글쓴이 : 노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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